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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마타하리’ 에녹 “뮤지컬-트로트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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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자신의 반경을 넓혀나가고 있는 에녹이 ‘마타하리’의 순수한 사랑으로 돌아왔다.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가레타 거투르드 젤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뮤지컬. EMK오리지널의 첫 작품으로,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를 필두로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과 작사가 잭 머피가 함께 만들었다.

극 중 ‘아르망’ 역을 맡아 활약 중인 에녹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의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SWTV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 사진=EMK엔터테인먼트

에녹은 2007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를 통해 데뷔해 단역을 거쳤고 ‘쓰릴 미’, ‘랭보’ 등의 소극장 작품부터 ‘레베카’, ‘엑스칼리버’ 등의 대극장 작품까지 다양하게 참여하며 주조연을 맡아왔다. 이후 2022년 MBN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불타는 트롯맨]에 참여해 톱7에 드는 등 화제를 모았고, 콘서트, 지역 축제 등의 무대에서 가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지금 제가 있는 자리에 감사하지만, 만족한다는 생각은 늘 못하고 있다”면서, “무대에 설 때마다 늘 긴장되고 떨리다 보니까 지금 당장 제게 주어진 공연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녹은 이번 ‘마타하리’에서 맑은 마음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조종사 ‘아르망’ 역을 맡았다. 그는 “아르망이라는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많이 걱정도 되기도 했다”면서, “라두 대령도 욕심이 났지만, 제가 아르망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여기까지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아르망은 마타하리의 연인으로, 연적인 라두 대령에게 ‘어린놈’이라 칭해질 정도로 젊고 패기 넘치는 청년의 이미지가 강하다. 에녹은 낮고 풍부한 중저음의 음색과 같이 캐스팅된 다른 배우들과는 나이 차이가 상당했기에 의외의 캐스팅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동시에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한 그는 기존의 아르망과 차별화를 노리고 연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아르망의 순수한 성정을 백(白)이 아닌 흑(黑)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 사진=EMK엔터테인먼트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아르망은 어린 시절 여러 힘든 일을 겪고 나서 가치관이 세워진, 즉 하얀색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들이 섞인 검은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품고 있지 않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모르고 깨끗한 것과는 다른 순수함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마타하리에게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를 쏟아붓는 사랑스러운 연인, 동료와 부하에게는 든든한 버팀목, 그리고 국가에는 충성스러운 군인이기도 한 아르망은 삐딱한 시선으로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인물로 보이기도 한다.

에녹 역시 아르망을 두고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칭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는 무대에서 아르망을 표현할 때 사람 냄새가 나는 인물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런 인물을 극 속으로 데려왔을 때는 너무 유니콘 같은 존재로 비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 컸고, 인간적인 냄새가 많이 배어져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말투나 걸음걸이 같은 세세한 부분에서 ‘나 멋진 남자야’라는 느낌을 주는 걸 최대한 버리려고 노력했다. 흔히 ‘잔망미’라고 하지 않나. 마가레타를 대하는 모습이 그저 한 폭의 그림처럼 안 느껴졌으면 해서 농담부터 어미를 쓰는 것까지 좀 더 실생활에서 편하게 내는 것처럼 연기했다.”

그러면서도 에녹은 아르망의 근본적인 캐릭터는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래할 때의 목소리 톤 역시 기존에 많이 쓰지 않았던 걸 쓰고 있다. 아르망의 노래들이 테너 영역에서 가볍게 부르면 좋을 법한 넘버들인데, 저는 하이 바리톤에 가까워서 아주 멀지 않은 그 경계가 너무 어렵더라. 그래서 발성이나 성대를 사용하는 부분에서 사력을 다해 다른 느낌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 사진=EMK엔터테인먼트

아르망의 파트너인 마타하리 역에는 옥주현과 솔라가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있다. 이들과의 호흡에 대해 에녹은 “상대 배역이면서 ‘마타하리’의 경험자인 두 분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솔라 씨는 정확하고, 주현 씨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솔라 씨가 이렇게도 하시는구나 싶어서 놀랐다. 공연을 하신 지 얼마 안 되셨는데 너무 잘 하시고, 어떨 때는 저를 이끌어주시기도 한다. 주현 씨는 연습 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연출님의 세세한 디렉션에도 미처 다 설명되지 못했던 부분들은 주현 씨를 통해 알아나갔다. 어떤 장면에서는 솔라 씨가, 또 다른 장면에서는 주현 씨가 저를 이끌어준다는 게 느껴져서 흥미로울 정도로 재미있다.”

또 에녹은 두 배우가 펼치는 뛰어난 로맨스 연기에 대해 감탄하기도 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거짓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 중 가장 큰 두 가지가 죽음과 사랑”이라면서, “연인에 관련된 부분들은 굉장히 미묘하고, 관객들에게 전해지기 쉽지 않은데 터치나 눈빛을 느낄 때마다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두 분한테 제가 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타하리’라는 작품 자체가 지닌 매력으로는 메시지를 꼽았다. 에녹은 “‘마타하리’를 통해 지금 살고 있는 삶의 소중함과 절 사랑해 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저도 무명 시절이 있었다. 그때 제 가치를 알아봐 준 분들이 해주는 말 한마디, 메시지 하나가 제게는 너무 컸다. 지금도 소중히 갖고 있는 오래된 편지가 있는데 제가 힘들 때마다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많이 부족했던 때였는데도 그 편지를 통해 제가 이런 가치가 있는 배우니까 소신있게 자신의 길을 잘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제가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서 저를 버티게 해준 사랑이다.”

 
▲ 사진=EMK엔터테인먼트

연극 조연출, 음향 조명 보조를 하면서 대사가 단 한마디 있는 단역으로 무대에 섰던 에녹은 선배들로부터 연기를 배워나갔다.

“그때 무슨 배짱이었는지 계속 연기를 알려달라고 했었고, 선배들은 학교 때 배웠던 책도 주시고, 따로 시간까지 잡으면서 연기도 가르쳐주셨다. 정말 귀한 시간이었고, 그걸 통해서 조금이나마 연기를 알 수 있게 됐다. 이후 차근차근 기회를 얻게 되면서 배우로서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됐다.”

다양한 얼굴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에녹은 배역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특출난 부분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올라운더처럼, 여러 캐릭터를 포용하는 점이 배우로서는 되려 마이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에녹은 “보통 뮤지컬에서는 캐릭터가 명확한 배우들이 앞서가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하며, “저는 어떤 역을 생각했을 때 제작사의 입장에서 딱 떠오르는 얼굴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해왔다.

“강한 캐릭터를 갖고 있지 않았던 부분이 어찌 보면 단점이었다. 역할이 오지도 않고, 많이 힘들었어서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해 내는 배우가 될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있다. 옛날 선배들이 버티는 게 최고라고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 여기까지 와보니까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게 장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는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무섭지 않고,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든다.”

 
▲ 사진=EMK엔터테인먼트

현재 에녹은 새로운 도전으로부터 얻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불타는 트롯맨] 이후 팬층이 넓고 두터워진 것에 대해 그는 “3대가 함께 제 공연을 봤다는 소식을 들었다.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의 세대가 많이 넓어졌다는 건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는 이야기라, 그 말씀이 굉장히 고무적이었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에서 성인가요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에녹은 “뮤지컬을 해왔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들을 풀어내고 있고, 그 영향으로 트롯계에서 신선하게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무거운 상의 무게를 알고 활동하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뮤지컬배우로서 활동하던 그가 대뜸 트롯에 도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이다. 부모님이 워낙 트롯을 좋아하셨다던 에녹은 “우리 아들도 트롯을 했으면 좋을 텐데 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하셨다”면서, “나이를 먹고 나니까 부모님을 위해서 그거 하나 못 해 드릴까 싶었다”며 오디션 참가 계기를 풀어놓았다.

“저희 집 앞에 MBN 방송국이 있고, 포스터가 붙어있어서 지원해 볼까, 생각했다. 지원할 때는 그냥 하면 되겠지 싶어서 고민이 없었는데, 예선을 통과해서 방송 예선을 가니까 걱정이 됐다. 부모님은 굉장히 좋아하셨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그 경연에 나온 게 가장 큰 효도였다고 농담 삼아 말씀하실 정도였다.”

현재 뮤지컬 배우와 트롯 가수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복합적인 뮤지컬과 직관적인 트롯의 상반된 매력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 사진=EMK엔터테인먼트

“뮤지컬의 매력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극을 하면서는 여러 감정을 쌓아가고, 텍스트로 분석을 하면서 상상하는 즐거움이 컸다면, 트롯에서는 관객들과 만나 뭘 좋아하시는지 바로 느끼면서 소통하는 과정이 직접적이다. 그래서 트롯을 하다가 다시 뮤지컬로 왔을 때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더 붙었다. 직접 부딪히면서 겪은 사실적인 경험들이 연기적인 부분에서 자유를 만들어줬다.”

반면 노래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떼놓을 수 없는 고민이 따라오기도 했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장르 사이 구분이 확실할 필요가 있지만, 기계가 아닌 이상 속해있는 두 분야 사이에 벽을 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트롯에서는 너무 뮤지컬 한다는 얘기를 듣고, 뮤지컬 하면서는 음악 감독님한테 밴딩이 너무 많아졌다는 말을 듣는다. 저 자신도 넘버를 부를 때 ‘여기서 꺾어야 하나?’하고 혼동이 올 정도다. 트롯과 뮤지컬을 완벽히 구분 지어서 오가고 싶은데 배어져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뮤지컬과 트롯 두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걸 좋은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이도 저도 아닐 것 같다는 걱정도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에녹은 여전히 긍정적인 욕심이 가득하다. 그는 “어려움은 있겠지만 뮤지컬과 성인가요 모두 놓치고 싶지 않고, 여기에 더해서 연극, 영화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흐르는 대로 열심히 가다 보면 제 안에서 정립이 되고,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서 ‘이게 에녹이 가는 길이었구나’하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

한편 ‘마타하리’는 옥주현, 솔라, 에녹, 김성식, 윤소호, 최민철, 노윤, 최나래, 윤사봉, 김주호, 홍경수, 안진영 등이 출연하며 내년 3월 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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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열정적인라임W116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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