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슬쩍 시작되는 계절, 도심 한복판에서 근대 역사를 거닐며 산책하기 딱 좋은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은 짧지만 알찬 역사 여행지로,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하기 좋은 여름 초입 기볼만한 산책코스인거 같네요.

토요일 오전에는 무료해설도 받으며 다닐 수 있다고 하네요.

 

## 걷는 길 – 총 1.6km, 약 2시간

 

출발은 ‘청라언덕’에서 시작해서, 계산성당 – 이상화 고택 – 진골목 – 약령시 한의약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총 1.6km 정도의 코스예요.

 

코스는 평지 위주라 걷기 어렵지 않고,

중간중간 그늘이나 쉼터도 있어서 여름에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어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기에도 충분한 거리입니다.

 

## 청라언덕 – 붉은 벽돌, 푸른 담쟁이

 

첫 코스인 청라언덕은 선교사 주택이 모여 있는 작은 언덕입니다.

예쁜 붉은 벽돌 건물과 녹음이 어우러진 풍경 덕에

사진 찍으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사람들 말로는 여기가 대구의 '작은 유럽' 같은 느낌이라는데,

실제로는 소박한 분위기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여유롭게 계단을 오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코스로 이어집니다.

 

 

 

## 계산성당 – 고딕 양식의 고요함

 

청라언덕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계산성당이 나옵니다.

영남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양식의 성당이라고 하는데,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비추는 모습이 꽤 고요했어요.

 

내부는 개방돼 있어서 조용히 둘러볼 수 있고,

혼자 앉아 쉬기에도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근대건축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둘러보시길 추천해요.

 

 

## 고택 투어 – 이상화와 서상돈의 시간

 

조금만 더 걷다 보면, 두 분의 고택이 나란히 있어요.

하나는 시인 이상화의 집, 다른 하나는 독립운동가 서상돈의 집입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 구절이 길바닥에 적혀 있는데

그 글씨를 천천히 읽으면서 걷는 기분이 좀 묘했어요.

책 속 인물의 삶을 실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 계산예가 – 옛날과 지금이 공존하는 공존

계산성당 옆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계산예가라는 체험관이 있어요

옛 우체통, 타자기, 영상기록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는데

전자 방명록이라든가 작은 터치 콘텐츠도 있어요.

 

체험 요소가 은근히 많고,

어르신들이 옛날 이야기하면서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 진골목 – 대구의 오래된 기억

 

진골목은 그야말로 골목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이에요.

좁고 조용한 길을 걷다 보면 한약 냄새가 스치고,

가끔은 한복 입은 관광객도 마주쳐요.

 

약령시 한의약박물관까지 도착하면

비로소 골목 투어의 마무리를 체감하게 됩니다.

 

복잡하지 않은 풍경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걸 보게 되는 길이었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근대골목투어 코스는  

대구 근대골목 투어 중 하나인 ‘5코스’였습니다.  

이 코스만으로도 충분히 알차고 뜻깊었지만,  

사실 대구에는 근대골목 투어가 총 다섯 개 코스로 잘 나뉘어 있어요.

 

각 코스마다 다른 매력과 색깔이 있으니,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코스들도 꼭 차례차례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의 옛 모습을 깊이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5코스뿐 아니라 다양한 근대골목 투어 코스도 함께 둘러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