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과 회사밥에질린 30대 직장인이에요
가을이 되니까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라고요. 선선한 바람이 불고, 괜찮은 밥집 하나 찾아서 따뜻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계절이잖아요. 3집밥과 회사밥에 질리고 그렇다고 거창한 한끼는 부담스러울때가있죠. 그래서 주말에 가족과 찾아간 곳이 바로 대구 반월당 근처 오이쏘이 식당이에요.
처음 가게 앞에 섰을 때는 아담하고 소박한 외관이라 살짝 긴가민가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내부가 참 감각적으로 꾸며져 있더라고요. 크진 않지만 소품 하나하나가 아기자기해서 분위기가 가을 감성과 잘 맞았어요. 덕분에 혼자 와도, 둘이 와도 부담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 같았어요.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뭘 먹을지 고민이 됐는데, 블로그 후기가 워낙 많아서 많이들 추천하는 칠리새우 라이스를 먼저 주문했어요. 같이 간 지인은 차돌박이 된장찌개 정식을 골랐고, 사이드로는 치즈 감자고로케를 곁들였죠.
음식이 나오자마자 “아, 괜찮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칠리새우 라이스는 큼직한 새우에 치즈가 듬뿍 얹혀서 보기만 해도 든든했어요. 한 입 베어물면 매콤달콤한 칠리소스와 고소한 치즈가 잘 어우러져서 은근 중독성 있더라고요. 된장찌개는 차돌이 들어가서 국물이 한층 더 고소했는데, 뜨끈한 국물이 가을바람 맞고 온 몸을 풀어주는 기분이라 좋았어요.
사이드로 시킨 고로케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바삭하게 튀겨진 겉과 부드러운 치즈 속이 어울려서 간단한 맥주 안주로도 손색이 없겠더라고요.
물론 아쉬움도 있었어요. 칠리새우 라이스는 치즈와 소스가 진하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무거운 느낌이었고, 전체적으로 양이 엄청 많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가격 대비 음식 퀄리티나 플레이팅, 반찬의 정갈함은 확실히 돋보였어요.
가을에 따끈한 찌개 한 숟갈, 혹은 매콤한 덮밥 한 입 하고 싶을 때, 오이쏘이는 딱 알맞은 곳이 아닐까 싶어요. 30대 남성 기준으로도 데이트, 친구와의 저녁, 심지어 혼밥까지 다 소화할 수 있는 곳이라 다음에도 다른 메뉴 도전하러 또 올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