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용성백화점 본부장역 최현욱 배우님

용성백화점 본부장역 최현욱 배우님

 

나는, 혼돈이라는 숙명을 짊어진 흑염룡이다.
어린 날, 사고로 한순간에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된 내게는 커다란 공동(空洞)이 생겼다. 빛이 사라진 자리엔 어둠만이 남고, 온기가 거두어진 빈자리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채울 수 없는 구멍을 메우려 나는 발버둥 쳤다. 내게 남은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용성그룹 회장의 하나뿐인 손자로서 그녀가 원하는 후계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로웠고, 공허했다.

나는 새카만 고독 속에서 내 안의 흑염룡과 조우했다.
용성의 후계자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 사랑받고 싶었고, 자유롭고 싶었다. 하늘을 활공하며 마음껏 화염을 내뿜고 싶은 본능. 음악이 나를 해방시켰고, 만화와 게임 속 세상에서 나는 외롭지 않고, 천진할 수 있었다. 진짜 나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딸기’를 만났다. 한때 나를 주저앉게 만든 인간, 내 첫사랑. 딸기만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한 사람이라 믿었다. 그러나 딸기는 내게 천사 같은 얼굴로 악마처럼 저주를 퍼부었고. 설상가상 할머니는 나의 영혼을 위로하던 모든 것을 불태웠다. 다시, 혼자였다.
나는 불완전하기에 완벽해지기로 결심했다. 더는 누구에게도 내 진짜 모습을 내보일 생각 따위 없다.

그런데, 완전히 잠가두었던 비밀의 방에 침입자가 발생했다.
온몸의 세포가 경고한다. 저 인간을 피해야 한다고. 안 그러면 또 한 번 나약해질지도 모른다고.
역시, 하루빨리 제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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