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 르메이에르종로타운 1층에 자리 잡은 광화문 미진 본점은 종로 직장인과 오래된 단골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메밀 전문점이에요. 원래 피맛골에서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키다 재개발로 현재 위치로 옮겼지만, 여전히 그 전통과 맛은 변함이 없죠. 가게에 들어서면 오래된 식당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어요.
가장 유명한 메뉴는 단연 냉메밀이에요. 아래층에 있는 자체 공장에서 메밀면과 육수를 직접 만들어 올려주는데, 그래서인지 면이 유난히 신선하고 탄력이 좋아요. 메밀 반죽을 하루 정도 숙성시켜 쫄깃함을 끌어올린 덕분에, 한 입 먹으면 입 안에서 탱글하게 살아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죠. 육수는 가쓰오부시 향이 진하게 배어 있으면서도 짜지 않고 깔끔해, 끝까지 마셔도 부담이 없어요.
메밀과 함께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도 정갈하고 소박해요. 특히 파와 고추, 김가루를 넣어 만든 양념장은 취향에 따라 면과 육수에 더해 먹으면 풍미가 한층 깊어져요. 점심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인기가 많아, 조금 서둘러 가는 게 좋아요.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냉메밀이 제격이고, 쌀쌀한 계절에는 따뜻한 온메밀이나 메밀전병, 메밀묵도 추천드려요.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킨 식당만이 줄 수 있는 맛과 신뢰가 있는 곳이라, 종로 근처에서 메밀 생각이 날 때면 꼭 들르게 돼요. 전통과 정성을 한 그릇에 담은 광화문 미진 본점, 한 번 가면 그 맛이 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