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서울 종로 한복판, 우정국로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이문설렁탕

정말 "설렁탕의 교과서"라고 할 만한 곳이에요.
19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곳이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설렁탕집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근히 퍼지는 고깃국물 냄새가 먼저 반겨주는데, 그 순간부터 벌써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상상이 시작돼요.
뽀얗고 진하게 우려낸 국물은 한 숟갈 뜨는 순간 깊은 고소함과 은근한 고기 향이 올라오고, 밥을 말아 넣으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고기가 듬뿍 들어간 것도 매력인데, 얇게 썰린 고기들이 국물과 함께 어우러져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줘요.
처음에는 맑은 국물 그대로 즐기다가, 중간쯤 깍두기 국물을 살짝 넣어 먹으면 풍미가 확 살아납니다.
이게 이 집만의 묘미라 할 수 있는데, 깍두기의 새콤달콤한 맛이 진한 설렁탕 국물과 만나면서 밸런스가 기가 막혀요.

 

 

함께 나오는 김치와 깍두기도 오래된 집답게 깊은 맛이 있어서, 사이드 메뉴지만 주연급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점심시간에 가면 어르신들이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설렁탕을 곁들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풍경이 또 이 집의 매력 중 하나예요.
젊은 사람들보다는 부모님 세대가 더 많이 찾는 이유도, 요즘 깔끔한 설렁탕집들과는 달리 "진국"의 느낌이 확실하기 때문일 거예요.

 

도가니가 들어간 메뉴도 인기가 많은데, 말캉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술안주로 딱입니다.
다만 도가니는 취향이 갈릴 수 있어서 처음 방문하신다면 그냥 기본 설렁탕을 먼저 추천드리고 싶어요.

제가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패스트푸드처럼 빠른 속도도 있어요.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면 바로 뜨끈한 설렁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데, 회전이 빨라서 대기 시간도 거의 없어요.

 

국물이 오래 고아내서 진하지만, 과하지 않게 담백한 뒷맛이 남아서 부담 없이 후루룩 마시게 됩니다.
덕분에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완탕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한 뒤 인테리어가 조금 달라져서 "예전 같진 않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맛 자체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깔끔하다기보다는 고기 국물 특유의 묵직한 맛이 강한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게 또 전통의 힘이죠.

 

특히 추운 날씨에 들러서 뜨끈한 국물을 들이켜면, 그 순간만큼은 몸도 마음도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어요.
삼청동, 인사동 근처를 산책하다가 들러서 수육 한 접시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입니다.

다만 어린 아이들과 함께라면 주의할 점이 있어요.
‘마나’라고 불리는 부위가 들어가 있는데 건강에는 좋지만 아이들은 비릿하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주문할 때 미리 제외해 달라고 하면 더 깔끔하게 즐기실 수 있어요.

 

그리고 도가니탕보다는 확실히 이 집의 간판 메뉴인 설렁탕을 드시는 게 후회 없을 거예요.

결국, 이문설렁탕은 요즘 유행하는 깔끔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세월이 담긴 깊은 국물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에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설렁탕집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까지 있으니,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국물이 주는 진득한 위로, 고기와 김치가 어우러진 옛스러운 밥상, 그리고 100년 넘는 노포의 기운까지.
서울 종로에 간다면 꼭 들러봐야 할 맛집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