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백이 높고 단단한 성품의 은조

홍은조

양반인 아버지와 천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얼녀다.

기백이 높고 단단한 성품을 가졌다. 모계를 따라 신분은 천인이지만,

은조를 귀히 여기는 아버지 홍민직 밑에서 여염집 딸처럼 사랑받고

가르침 받으며 자라왔다.

그러다 갑작스레 가문이 기울었고, 아버지는 쓰러졌다.

그때 집안의 가장을 대신해 품삯을 벌어올 사람은 은조뿐이었다.

의녀가 된 것도 그 이유였다.

시작은 선택이었지만 천성이 선하고 따듯해, 혜민서 병자들을 돌보는 일엔

언제나 정성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쏟다 보니 보이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탐관오리의 수탈로 굶고 굶다 감증(영양실조)을 앓아야 하는 소작인들.

주인댁에게 이유 없이 맞고 실려 오는 노비들.

그렇게 병들고 다쳐 더 이상 약발조차 듣지 않는 병자들.

해서 은조의 도적질은, 의녀를 하게 된 이유처럼 필연적이었다.

시작은 선택이었지만 내 병자의 아픔이 지나쳐지지 않은 그 마음 하나로

양반 댁 곳간에 몰래 들어갔다. 병자들이 양반에게 부당하게 빼앗긴 것들을,

그들의 병이 나을 때까지만 도적질을 해 주었다.

길 위의 동무. 줄여서 길동. 어느 날부터 사람들은 은조를 그리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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