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열
출중한 외모, 훤칠한 자태, 타고난 품위.
왕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겉모습과 달리 한량, 망종, 난봉꾼, 무뢰배, 그 외 등등.
몹쓸 인간을 지칭하는 온갖 단어가 열을 수식 중이다.
철저히 열의 계획에 의해서.
그 사연은 이렇다. 오래전, 어린 열의 영민함을 알아본 선왕은 세자 대신 열을
보위에 앉히려는 의지를 비쳤고, 눈치 빠른 세자는 이를 단숨에 알아챘다.
그때 세자는, 그러니까 열의 배다른 형은, 어린 동생에게 나직이 속닥였다.
너의 총명함을 숨겨라. 절대 반짝이지 마라. 아무것도 하지 마라.
그래야 네 어미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라고.
그날 이후 열은 말과 행실에 쓸 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백무일취가 되기로 했다.
하여 지금껏 여느 왕족답게 재밋거리 찾아다니며 유유자적 살고 있다.
그 중 포청에서 종사관 놀이 하는 것을 가장 즐겨한다.
열의 명석함으로 잡아들인 범인들만 해도 수십인데,
그때마다 처소 내관, 궁녀들 모아놓고 추리썰(?) 푸는 입담 과시한다.
약간의 허세와 귀여운 거만이 열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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