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끌어내는고라니L229996
은애하는 도적님아 티저를 보고 기대 한껏 했답니다
1화를 보고 나서는 “의적 로맨스”라기보다, 선택지가 너무 적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은조가 도적이 되는 이유가 거창한 정의감이 아니라, 약값도 못 내는 사람들 옆에서 “그래도 내가 움직이면 누군가는 살 수 있다” 쪽을 택한 결과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도적질이지만 동시에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이고, 죄책감과 필요가 동시에 묻어 있어서 캐릭터가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이열의 시선도 흥미로웠어요. 쌀 일만 석을 털었다는 소문을 숫자와 정황으로 하나씩 의심해 보는 장면들 덕분에, 단순히 의적을 쫓는 관료가 아니라 “이 판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탐정 같은 인물로 보이더라고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에게 끌리면서도, 동시에 길동의 정체를 좇고 있는 사람이 이열이라는 점이 1화 끝까지 계속 긴장을 만들어줘서 좋았어요.
혼례와 키스 엔딩은 전형적인 멜로 장면인데도 묘하게 쓸쓸했어요. 살 날 얼마 안 남은 도승지 집안에 들어가기로 한 은조의 선택이, 누군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집안이 더 망가지지 않게 하려고” 내린 결정이라는 게 반복해서 강조되니까, 소하골에서의 키스가 로맨스라기보다 진짜 마지막으로 자기 마음대로 해본 한 번의 일탈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보상은 이걸로 받겠소”라는 대사도 달콤하기보다 씁쓸하게 남았고, 그런 정서가 이 드라마를 더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포인트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