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 무대 너무 좋았습니다. 눈과 귀가 호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일톱텐쇼 38회에서 공개된 김다현 님과 서도 님의 홍연 무대는 그야말로 국악과 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예술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조선 팝의 창시자로 불리는 서도 님과 국악 트로트 신동 김다현 양의 만남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방송 전부터 기대가 컸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의 엄청난 시너지가 폭발했더라고요.
안예은 님의 원곡인 홍연은 사극 역적의 OST로 잘 알려져 있듯이 특유의 한이 서린 정서와 웅장한 스케일이 특징인 곡입니다. 이 어려운 노래를 두 사람은 마치 전생에 연이 닿았던 인연처럼 완벽한 호흡으로 소화해냈습니다. 도입부에서 서도 님이 덤덤하면서도 깊이 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할 때 무대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어지는 김다현 양의 파트에서는 나이를 잊게 만드는 성숙한 감정선이 더해져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습니다.
특히 가사 중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라는 대목을 부를 때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붉은 실처럼 팽팽하게 얽히고설키며 듣는 이의 심장을 조이는 듯한 긴장감을 선사했습니다. 서도 님의 세련된 시김새와 김다현 양의 단단한 발성이 만나니 원곡의 비극적인 서사가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났습니다. 마치 한 편의 슬픈 사극 영화를 3분으로 압축해서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노래가 절정으로 치닫고 고운 그대 얼굴에 피를 닦아주오라고 외치는 부분에서는 두 아티스트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화면을 뚫고 나올 듯 강렬했습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호흡을 맞추는 모습에서 단순한 듀엣을 넘어 음악으로 깊이 교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관객들이 숨죽여 지켜보다가 무대가 끝나자마자 탄성을 내지르는 모습은 저의 반응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 역대급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서도 밴드의 음악적 색깔과 김다현 양의 국악적 뿌리가 만나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붉은 인연의 실타래가 시청자들의 마음속에도 깊이 각인되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고퀄리티의 국악 크로스오버 무대를 방송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이지 눈과 귀가 모두 호강한 잊지 못할 명장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