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실력이 탄탄해서 팝송도 잘 부르지요. 가요도 잘 부르구요
한일톱텐쇼 69회에서 뮤지컬 여제 김소현 님이 보여준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 무대는 그야말로 고품격 예술의 정점을 찍은 순간이었습니다. 뮤지컬 에비타의 가장 유명한 넘버이자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명곡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의 목소리로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경험이었어요.
김소현 님은 등장부터 남달랐습니다. 우아한 드레스 자태와 기품 있는 표정은 마치 에바 페론이 환생하여 무대에 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주었습니다. 첫 소절을 떼는 순간 공연장 전체를 감싸는 청아하고도 힘 있는 목소리는 듣는 이들의 숨소리조차 잦아들게 만들었습니다. 가사 하나하나에 실린 절절한 호소력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를 연기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라고 노래하는 대목에서는 소름 돋는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국민들에게 진심을 전하고자 했던 에바 페론의 간절한 마음이 김소현 님의 풍부한 성량과 섬세한 감정 표현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고음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탄탄한 발성과 정확한 딕션은 역시 클래스가 다른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 주었습니다. 마치 대극장의 VIP석에 앉아 있는 듯한 웅장함을 안방극장까지 생생하게 전달해 준 점이 정말 놀라웠어요.
노래가 절정으로 치닫고 마지막 음을 길게 뽑아낼 때는 화면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오직 진정성 있는 목소리 하나만으로 무대를 꽉 채우는 장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출연진들이 경이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는데 저 또한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무대는 김소현 님이 왜 한국 뮤지컬계의 보석으로 불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레전드 무대였다고 확신합니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고독과 슬픔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완벽하게 표현해 낸 그녀의 연기력과 가창력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품격 있는 무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활동을 계속 이어가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