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노래한 무대 감동적이었습니다. 린님은 노래에 감정을 잘 담아내어서 인상적입니다.
한일톱텐쇼 67회 린님의 시간을 거슬러 무대는 시작부터 끝까지 숨을 덜 먹게 만드는 공연이었어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이 곡이 가진 시간감과 서늘한 정서를 다 펼쳐놓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관객 박수 뒤로 잔잔한 전주가 깔리는데 린 목소리가 첫 소절을 딱 올리는 순간 공기 질감이 확 달라지는 것 같았어요. 힘을 세게 주는 창법이 아닌데도 단어마다 눌려 있는 무게가 느껴져서 그냥 가사 따라 부르는 수준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 노래를 자기 몸에 익혀온 사람의 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 저음 구간에서는 마이크 가까이 붙여서 거의 속삭이듯 부르는데 그게 오히려 더 크게 들리더라고요. 드라마 해를 품은 달 OST로 익숙한 멜로디인데도 이날 무대에서는 기억 속 발라드라기보다 한 편의 짧은 장면을 보는 느낌에 가까웠어요. 숨을 고르는 호흡 사이사이에 미세하게 떨리는 소리가 남아서, 일부러 꾸미지 않아도 노래 속 그리움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후렴으로 넘어가면서 고음이 훅 치고 올라올 때가 진짜 인상적이었어요. 볼륨만 키우는 게 아니라 한 음 한 음을 길게 끌어 올렸다가 살짝 풀어주는데, 그 순간 카메라에 잡히는 표정이랑 발성 힘 조절이 딱 맞아떨어져서 보는 사람까지 같이 숨을 참게 되더라고요. 특히 시간을 거슬러 갈 순 없나요 구간에서의 고음은 이미 수없이 들은 라인이었는데도 그날 무대는 묘하게 더 벅차게 들렸어요.
중간중간에 관객석 리액션이 크게 터지기보다는 조용히 집중하는 분위기라서 무대 전체가 더 아늑하게 느껴졌습니다. 화려한 장치나 큰 제스처 없이도 무대 중앙에 서서 마이크 하나로 장면을 완성하는 모습이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명곡 무대라는 컨셉과도 잘 어울렸어요. 카메라 워킹도 일부러 요란하게 돌지 않고 얼굴과 손 제스처, 옆모습을 천천히 잡아줘서 린 목소리를 따라가며 감정선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마지막 박수가 터지는 순간까지 잔향이 오래 남는 무대였어요. 한일톱텐쇼 67회라는 회차 정보와 MBN MUSIC 유튜브 채널이라는 플랫폼을 감안하면, 이런 퀄리티의 라이브를 무료로 계속 꺼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괜히 아까운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언젠가 또 이 곡을 찾게 되면 음원보다 먼저 오늘 이 라이브가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슬쩍 남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