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력 폭발적이어서 가슴 답답함을 뻥 뚫리게 해주는거 같습니다
한일톱텐쇼 71회에서 박서진이 부른 이 사람을 지켜주세요 무대는 시작 한두 소절 만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려놓는 무대였어요. 앞에서 장난스럽게 웃고 떠들던 공기가 비 온다 우산 꺼내라 하는 멘트와 함께 살짝 가라앉는데, 그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첫 이 사람을 지켜 주세요 한 줄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장면 전환이 아니라 감정이 번져 나가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노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목소리 톤부터 확 달라지는데요, 힘을 과하게 주지 않은 중저음으로 하늘이여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하고 기도하듯이 올리는 부분에서 속이 조금 뜨거워지는 것 같았어요. 나보다 더 많이 사랑한 사람 날 위해 기도한 사람 같은 가사는 이미 여러 버전으로 많이 들었던 익숙한 문장인데, 이 무대에서는 마치 실제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하나씩 짚어가는 사람처럼 들려서 가사 자체가 새로 느껴졌습니다.
무대 연출은 화려하지 않은데 오히려 그게 더 잘 어울렸어요. 조명이 크게 움직이지 않고 얼굴과 상반신을 중심으로 잔잔하게 따라가다 보니, 손을 모았다가 천천히 풀고, 하늘 쪽으로 슬쩍 올려다보는 눈길 같은 작은 동작들이 더 크게 들어오더라고요. 관객석에서는 중간중간 와 미쳤다 같은 탄성이 들리는데, 그 반응도 오버스럽지 않고 진짜 훅 하고 튀어나온 소리처럼 들려서 보는 쪽에서도 괜히 같이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후렴으로 갈수록 감정이 커지긴 하는데, 박서진이 이 곡을 부를 때는 고음 폭발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최대치 직전에서 살짝 눌러 담는 쪽을 택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사람을 지켜 주세요를 반복하는 후반부에서는 소리를 뻗어 올리는 힘보다, 끝나는 자리에 남는 여운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에 있어줘서 너무나 고마워요 라는 대목에서는, 표정이 환하게 웃는 것도 아니고 울 것 같은 것도 아닌 애매한 미소여서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엔딩에서 이 사람을 지켜 주세요를 길게 끌어올린 뒤 마지막 오 소리를 짧게 치고 내려오는 부분이 이 무대의 하이라이트처럼 느껴졌습니다. 노래가 끝났는데도 한 박자 늦게 박수가 터지는 것처럼 들려서, 다들 숨을 고르고 있다가 한꺼번에 풀어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2025년 12월 2일 방송된 한일톱텐쇼 71회 무대들 중에서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날 장면이 아마 이 마지막 한 줄일 것 같다는 생각이 살짝 남는 무대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