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너무 의식하지 않는 거리감에서 정말 좋은 케미를 보여주는 무대네요
66회에서 쥬니랑 김다현이 나란히 서 있는 것만 봐도 무대 톤이 대충 감이 오더라고요. 둘 다 표정이 밝은데 노래 제목은 이제는이라서, 시작 전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한번 접히는 느낌이 있었어요.
처음 멜로디가 흐르다가 날 그리워하는 것은 아쉬움이야 라는 한 줄이 툭 튀어나오는 순간, 이 무대는 크게 흔들지 않고 조용히 밀어붙이겠구나 싶었어요. 쥬니가 먼저 선을 그으면, 김다현이 그 옆에서 살짝 다른 색으로 덧칠하는 구조인데 둘의 목소리 결이 많이 다르다 보니까 같은 선율이 두 번 지나가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두 겹으로 포개져서 지나가는 것처럼 들리더라고요.
이제는이란 곡 자체가 가사가 특별히 화려하지 않고 아주 단순하게 반복되는데, 그래서인지 작은 표정 변화나 호흡이 더 크게 보였어요. 바람 속을 걸어가는 너의 모습처럼 이라고 노래하면서 실제로 무대 위에서 걸음을 옮길 때, 딱히 큰 연기를 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천천히 움직이니까 가사랑 장면이 조용히 맞물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건 서로를 너무 의식하지 않는 거리감이었어요. 듀엣인데 마주보고 붙어 서서 과하게 감정을 주고받기보다는, 각자 자기 파트를 책임지면서도 옆 사람의 온도만 슬쩍 맞추는 정도라서 오히려 담백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그리운 나를 이렇게 못 믿는 나를 부를 때도, 어느 쪽도 과장된 손짓을 쓰지 않아서 말 그대로 지난날을 곱씹는 두 사람의 내레이션처럼 들리더라고요.
후렴이 거듭될수록 목소리가 조금씩 올라가긴 하는데, 완전히 터뜨리기 직전에 힘을 한번씩 접는 방식이라 끝까지 쌓인 감정이 확 풀리지는 않아요. 그래서 이제는 잊어버렸나 이제는 지워버렸나 하고 던져놓고도, 정말로 잊은 사람의 노래라기보다는 여전히 묶여 있는 사람이 스스로를 설득하는 말처럼 남았습니다. 화면에 잡히는 패널들 반응도 환호보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쪽에 가까워서, 이 무대가 펀치보다는 잔상으로 남는 타입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마지막에 둘이 나란히 서서 이제는 지워버렸나요 하고 끝을 맺는 장면은, 화려한 엔딩 포즈가 없는 대신 숨을 한번 들이켰다가 조용히 놓아주는 것 같은 마무리였어요. 2025년 10월 28일에 방송된 한일톱텐쇼 66회 무대들 가운데 이 무대가 베네핏 5만 뷰를 가져간 이유가, 꼭 기술적인 완성 때문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면을 끄고 나서도 이상하게 한두 마디가 머릿속에서 계속 중얼거려지는, 그런 타입의 이제는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