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오마이줄리아가 번안곡 이었군요, 강남 사유리 무대를 보고 처음 알았네요.

오마이줄리아가 번안곡 이었군요, 강남 사유리 무대를 보고 처음 알았네요.

 

 

한일톱텐쇼 10회 우리를 깜짝 쿵짝 콘셉트로 꾸민 회차에서 강남과 사유리 조합은 솔직히 무대 시작 전에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가는 팀이었어요. 누가 봐도 진지한 러브 발라드보다는 사고 한 번 치고 내려갈 것 같은 듀엣인데, 그 예상이 거의 그대로 실현된 무대였달까요.

이 무대는 노래보다 먼저 분위기가 등장합니다. 사유리 팀의 무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는 멘트와 동시에 사유리가 특유의 과장된 리액션으로 손을 흔들고, 강남은 이미 신 나는 얼굴로 준비 운동을 하고 있죠. 오 마이 줄리아가 애초에 일본 체커스 곡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컨츄리꼬꼬 버전으로 추억이 덕지덕지 붙은 노래라서 그런지, 인트로 기타 리프가 나오자마자 관객 반응이 먼저 튀어 올라요.

가사 한 줄 한 줄을 곱씹게 만드는 무대는 아니에요. 내 존재가 잊혀질 만큼 크게 소리쳐 불러보고 싶지만 같은 라인이 나오는데, 강남은 그걸 진짜로 크게 소리쳐서 부르는 쪽을 택합니다. 사유리는 정확한 가창보다 리듬을 타고 따라 부르면서, 중간중간 특유의 한국어 억양 때문에 웃음이 터지는데 그게 노래의 진지함을 깎아먹기보다는, 원래 이 곡 안에 있던 유치한 청춘 감성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었던 대목은 다 같이 소리 질러를 외치는 부분이었어요. 흔한 멘트인데 이 무대에서는 약간 장난 섞인 명령처럼 들립니다. 강남이 마이크를 관객 쪽으로 내밀고, 사유리가 옆에서 손까지 번쩍 들어 올리면서 리드를 잡으니까 관객석에서도 이미 노래방 모드로 넘어간 사람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한일 음악 국가대항전이라는 타이틀이 그냥 장식이 아니라, 일본 출신 방송인과 한국 가수가 2000년대 한국 예능 감성을 한 곡 안에서 공유하는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카메라 워킹도 이 무대 분위기를 많이 살렸어요. 둘이 어깨를 맞대고 흔들다가, 갑자기 서로 등을 지고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포즈를 취하는 타이밍에 카메라가 빠르게 앞에서 뒤로 훑어 주는데, 그 순간만큼은 정말 오래된 음악 프로그램 클립을 다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조명도 과하게 화려하지 않고, 록 카페 같은 톤으로 단순하게 깔려 있어서 강남의 과장된 제스처와 사유리의 리액션이 더 돋보였습니다.

마지막 Oh my Julia 정말 행복해야 해 네 몫까지 아파할 테니 라는 부분은, 곡으로만 보면 꽤 절절한 문장인데 이 둘이 함께 부르면 묘하게 해피엔드처럼 들리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애절함보다는 약간 삐뚤어진 유머 감각과, 그래도 우리 한때는 꽤 재밌었지 하는 회상 쪽에 가까운 정서가 더 크게 남는 무대였달까요.

2024년 7월 30일 한일톱텐쇼 10회 전체가 짝꿍 특집으로 꾸려진 가운데, 강남X사유리 Oh, My Julia 무대는 가장 완성도 높은 듀엣이라기보다는 그날 분위기를 통째로 요약한 장면에 가까웠어요. 무대가 끝난 뒤에 머릿속에 남는 건 고급스러운 하모니가 아니라, 약간 엉성하지만 이상하게 사랑스럽던 둘의 텐션과 관객들의 웃음 섞인 박수 소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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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찬란한거위P128198
    강남과 사유리 조합은 정말 반은 먹고
    들어가는 사기조합 인거 같습니다
  • 뜨거운체리W116946
    오마이줄리아 번안곡이었지요. 강남과 사유리 무대는 웃음 주기 위한 무대인것 같았습니다
  • 기쁜기린C216401
    오마이줄리아가 번안곡이었군요 ㅎㅎ 
    저도 지금 처음 알았네요 대박이에요 
  • 이상적인삵I226794
    강남과 사유리 듀엣 무대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이네요. 오 마이 줄리아'가 원래 일본 곡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두 사람의 무대가 단순한 가창력을 넘어 2000년대 한국 예능 감성을 제대로 살렸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무대가 곡의 완성도보다는 그날의 분위기를 통째로 요약했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엉성하지만 사랑스러운 텐션과 관객들의 호응이 기억에 남는 무대였겠네요.
  • 투명한파인애플S120649
    진짜 강남님 사유리님 조합은 최고였어요 최고의 사기조합이엇죠 
  • 창의적인비둘기H1209821
    강남과 사유리 님의 무대는 정말 유쾌함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 번안곡에 두 분의 케가 더해져서 흥이 절로 났습니다.
  • 세련된허머스J242525
    정말 재밌는 분석이네요! 강남과 사유리 조합이'오 마이 줄리아'를 2000년대 한국 예능 감성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한 무대였다는 점에 크게 공감합니다.
    
    특히 영상미와 두 사람의 케미가 곡의 유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청춘 감성을 잘 살려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 마음이따뜻한관중N118990
    오마이줄리아가 번안곡 이었군요.
    강남 사유리 무대를 보고 처음 알았네요.
  • 자유로운독수리Z126807
    정말 재미있는 무대 후기네요! 강남과 사유리 합이 '오 마이 줄리아'를 어떻게 재해석했을지 상상이 가네요.
    
    원곡의 애절함보다는 유쾌하고 엉뚱한 매력을 살린 무대였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 잘생긴물소S229095
    작성자
    강남X사유리 무대 정말 재미있었네요! 원래 익한 노래를 이렇게 유쾌하게 재해석하는 걸 보는 게 즐거웠습니다.
    
    원곡의 멜로디와 두 분의 케미가 어우러져 2000년대 예능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