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환희님을 톱텐쇼에서 계속 볼 수 있다니 너무 좋네요, 삼백초 무대도 좋았어요.

한일톱텐쇼 70회에서 환희 님이 삼백초를 노래한 장면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오래된 기억을 천천히 다시 꺼내 보는 일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노래가 시작되자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우기보다는 아주 부드럽게 퍼져 나와서, 듣는 내가 먼저 숨을 고르게 했어요. 그래서 무대 초반부터 마음속에 작은 여백이 생기고, 그 틈을 음악이 채워 가는 듯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 때문에 이 노래에 이렇게 시선이 가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중반쯤 되자 이유가 조금 선명해졌습니다. 환희 님이 표현하는 소리의 온도가 조금씩 바뀌면서, 감정의 농도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순간이 있었던 거예요. 목소리가 크거나 화려해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묵묵히 흐르는 감정이 울림으로 이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이 노래의 결을 더 깊게 음미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중간부분에서는 목소리의 강약이 미세하게 조절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바람이 잔잔해졌다가 다시 잔물결을 일으키듯, 소리가 출렁거리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흐름을 타고 있을 때에는 노래가 단지 들리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처럼 다가왔어요.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감정의 길을 따라가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무대를 보고 나서 마음에 남은 건 노래가 끝난 뒤의 침묵이었습니다. 소리가 멈추고 잠시 아무런 소리가 없는데도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울림이 남아 있더라고요. 마치 오래된 풍경을 뒤로 하고 천천히 걸어 나오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이번 삼백초 무대는 화려함이나 극적인 순간보다도 여운과 감정의 여백을 남긴 자리였다고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