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정말 잘 소화했어요. 연기를 잘해서 비열함으로 가득찬 인간 같아 보였어요.
솔직히 ‘모범택시3’에서 중고차 사기단 에피소드 보기 전까지만 해도, 윤시윤 하면 아직도 떠오르는 건 ‘지붕뚫고 하이킥’ 준혁이랑 ‘제빵왕 김탁구’였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맑고 여린 청춘, 웃으면 세상이 환해지는 듯한 느낌의 배우였는데, 이번 차병진은 진짜 그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버린 캐릭터라 깜짝 놀랐네요.
데뷔 초부터 쭉 ‘선한 주인공’ 계열을 많이 했잖아요. 빵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사랑받았던 김탁구, 현실적인 가족 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에서 보여준 다정한 남자 이미지, 그리고 예능 ‘1박 2일’에서의 밝고 성실한 모습까지 합쳐져서 대중한테는 거의 “바른 청춘” 그 자체였는데요.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건, 이게 그냥 “이미지 반전 노린 악역”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그동안 ‘대군’이나 ‘친애하는 판사님께’, ‘녹두꽃’ 같은 작품에서 이미 감정선 복잡한 캐릭터들을 설득력 있게 해오면서 연기 스펙트럼을 조금씩 넓혀왔는데, 차병진이 그 축적의 끝에서 딱 터진 느낌이랄까요.
중고차 사기단 두목으로서 보여주는 연기는 하나하나가 과하다기보다 너무 현실적이라 더 무서웠어요. 겉으로는 친절하고 합리적인 변호사인 척하면서 뒤로는 사람 등쳐먹고, 위기 상황에서도 표정 하나 안 흐트러지는 냉혈함이 진짜 “이렇게까지 각 잡고 빌런 준비했구나” 싶게 만들더라구요.
재밌는 건, 이번 특별출연 회차가 시청률 11%를 넘기면서 시즌 초반 분위기를 싹 뒤집어버렸다는 거예요. “저게 진짜 김탁구 맞냐”는 반응부터 “착한 얼굴로 저런 악역 하니까 더 무섭다”, “연기 스펙트럼 리브랜딩급”이라는 평가까지, 대중 반응이 거의 한 편의 재데뷔 무대 보는 느낌이었죠.
어쩌면 윤시윤한테 차병진은, 데뷔 15년 만에 스스로 쌓아온 이미지를 일부러 깨부수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선언 같은 캐릭터일지도 모르겠어요. 좋은 사람, 성실한 배우라는 이미지는 그대로 두되, 연기 안에서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 번 끝까지 밀어붙여본 선택 같달까요.
그래서 이번 ‘모범택시3’ 특별출연이 더 반가운 이유는, “역대급 빌런 잘했다”를 넘어서 “이 배우 앞으로 더 과감한 캐릭터 많이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을 심어줬다는 점이에요. 착한 남자 이미지로 처음 좋아하게 된 팬들도, 이제는 “우리 배우 이런 얼굴도 있다”라고 자랑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라 괜히 뿌듯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