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연출 없이도 충분히 몰입이 가능해요 잔잔한 긴장감이 오래 유지돼요
드라마 판사 이한영은 뼈대는 원작을 따르면서도, 인물의 색과 서사의 톤을 꽤 다르게 가져가는 편이에요. 기본 설정은 같습니다. 거대 로펌·재벌 카르텔에 이용당해 죽임을 당한 판사가, 과거로 돌아가 모든 기억을 가지고 다시 싸운다는 큰 줄기는 웹툰·원작과 드라마가 공통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인공 이한영의 출발선이 달라졌다고 보시면 이해가 쉬워요. 원작 속 이한영은 초반부터 비교적 원칙을 중시하는 판사로 그려지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다 보복을 당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드라마는 10년 동안 장인의 로펌에 휘둘리며 청탁 판결을 내려 온 ‘적폐 판사’였다가, 피해자와 어머니의 죽음 후에야 뒤늦게 등을 돌리고 회귀까지 겪는 인물로 재구성했죠.
그래서 원작이 “처음부터 꽤 곧은 사람의 재도전”이라면, 드라마는 “한 번 깊이 타락했던 사람이 죄책감을 안고 다시 바로잡으려는 이야기” 쪽에 훨씬 가깝게 느껴집니다.
회귀의 스케일과 세계관도 조금 손질되어 있습니다. 웹툰은 전형적인 회귀물 구조에 가깝게, 과거로 크게 점프해서 인생 2회차를 길게 그리는 맛이 있다면, 드라마는 2035년에서 10년 전으로만 돌아가는 설정이라, 지금 한국 사회의 재벌·정치·사법 이슈와 밀착된 사건들을 현실적인 톤으로 다루기 좋게 짜여 있어요. 여기에 저승 재판 장면을 넣거나, 로펌·언론사 이름을 바꾸는 식으로 방송용 세계관을 정리한 것도 특징이고요.
서사의 무게 중심 역시 다릅니다. 원작은 회귀 판타지 특유의 ‘사이다 복수’와 사건 전개 쪽에 힘이 더 실려 있어서, 상대를 어떻게 통쾌하게 몰아붙이고 무너뜨리는지가 큰 재미 포인트예요. 반면 드라마는 제작 발표에서부터 인물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진아 검사 등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넓히고, 동료·악역과의 심리전이나 “판사로서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원작이 더 직선적인 회귀 복수물이라면, 드라마는 같은 세계를 바탕으로 타락·죄책감·속죄, 그리고 동료들과의 팀플레이까지 함께 그려내는 변주 버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