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연기잘하시는거같아요 요번에도 카리스마잇으시네여
판사 이한영을 보면서 제일 소름 돋는 지점 중 하나가, 사실상 진짜 최종 보스 느낌의 강신진을 박희순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는가인 것 같아요. 등장만으로 화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더라고요.
초반부터 법정 방청석이나 회의 테이블 끝자락에 앉아 조용히 사건을 지켜보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때 박희순은 거의 표정 변화 없이 앉아 있기만 해도 긴장감이 올라가요. 직접 재판을 주도하기보다 판사들을 말처럼 배치해서, 형량을 낮추고 판결 방향을 비틀어버리는 “권력의 그림자”를 눈빛과 미세한 표정만으로 표현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권력자들과 통화하거나 로펌 유선철에게 지시하는 장면에서는 특유의 여유와 오만이 동시에 느껴져요. 목소리 톤은 크게 올라가지 않는데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있어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괜히 숨을 죽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기사들에서도 “빌런계 원톱”, “살얼음판 긴장감”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악역 연기 호평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좋은 점은 이 인물이 그냥 평면적인 악당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겉으로는 차갑고 완벽하게 계산적인 판사지만, 박희순 연기 덕분에 그 안에 자신만의 뒤틀린 ‘정의감’과 열등감, 집착이 함께 섞여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화를 분출하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소리만 지르는 게 아니라, 오래 참아온 감정이 표정과 호흡에서 서서히 터져 나와서 캐릭터가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와요.
결국 ‘판사 이한영’의 무게 중심을 지성이 끌고 간다면, 그 맞은편에서 판 전체의 긴장과 불안을 책임지는 축이 박희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신진이 한 번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이 드라마가 그냥 회귀 법정물이 아니라 권력과 사법부의 어두운 민낯을 다루는 이야기라는 걸 다시 상기시켜 주는 연기라, 앞으로 더 어떻게 무너지고 또 발악할지 계속 보게 되는 캐릭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