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양은 밝은 무대 잘 만들어서 좋아요. 통통튀는 매력 있어서 좋구요
녹아 버려요 무대의 유진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춤이 아니라 분위기를 끌고 가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시작은 말 그대로 수다 장면에 가깝습니다. 박지현님 노래를 고른 이유를 설명하면서, 못난 놈 무대를 보고 잘생겼다고 생각한 것보다 춤선에 먼저 꽂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죠. 김희재님 하면 춤선이라고 짚어주는 멘트까지 오가니까, 이 무대가 얼마나 춤과 퍼포먼스를 전제로 준비됐는지 미리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상도 아빠 오늘 제 열정으로 다 녹아 버리겠습니다라는 한 줄은 거의 선언문처럼 들립니다.
막상 노래가 시작되면, 알면서 모른 척하나 몰라 몰라 이 첫 줄에서 이미 힘 조절이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박자를 쪼개서 타는 발놀림, 상체를 한 번씩 튕기듯 쓰는 안무가 곡 분위기와 묘하게 잘 맞아요. 반짝거리는 당신만 보여 이렇게 애만 타는데 구간에서는 허리를 살짝 비틀고 시선을 카메라와 객석 사이에서 번갈아 던지는데, 그게 어린 참가자 특유의 어설픔이 아니라 나름의 여유처럼 보이는 지점이 있습니다.
넘치는 내 심장은 어떡하라고 받쳐지는 내 마음은 어떡하라고 부분이 이 무대에서 가장 크게 튀어오르는 대목이에요. 여기서는 몸 전체를 크게 쓰면서, 동작이 가사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쾌감 같은 게 있습니다. 다른 건 바라지도 않을 테니까 한 번만 웃어 주세요라고 할 때는 손을 내미는 제스처가 딱 붙어서, 노래 속 화자가 관객과 정면으로 마주 서는 장면처럼 보이더라고요.
후반으로 갈수록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반짝거리는 당신만 보여, 내 마음 녹아버려요 같은 문장들이 반복되면서 무대 안의 공기 밀도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댄싱 머신 콘셉트 그대로 신나게 밀어붙이더니, 마지막에 내 마음 녹아버려요라고 끊어질 때는 오히려 한 박자 비워 두는 여유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무대가 끝났을 때 출연자 쪽에서 와 이게 대박이야, 잘한다는 말이 쏟아지는 게 과장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처럼 들립니다.
이 회차를 통틀어 떠올려 보면, 유진님 녹아 버려요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안무를 자랑하는 무대라기보다는, 어린 댄서가 좋아하는 노래를 자기 방식으로 흥겹게 풀어낸 장면에 가깝습니다. 그 가벼운 흥이 오히려 금요일 밤 예능의 톤과 딱 맞아떨어져서,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아보게 될 만한 타입의 무대로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