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섭님과 배아현님이 함께 부른 무대 최고였어요 아현님 무대는 믿고 보고 있네요
트롯 올스타전 금요일 밤에에서 이호섭님과 배아현님이 함께 부른 무대는, 화면이 켜지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확실히 차분하게 가라앉는 무대였어요. 다른 회차에서 봤던 퍼포먼스 중심 무대들과는 결이 좀 달라서, 처음부터 노래 한 곡을 통째로 듣자는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사랑했던 그 사람을 말없이 돌려 보내고, 원점으로 돌아서는 이 마음 그대는 몰라라는 첫 구절을 이호섭님이 차분하게 끌고 가는데, 박자를 크게 흔들지 않고 곡선만 살짝 주는 창법이라 오래된 트롯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들렸어요. 그 뒤를 이어 배아현님이 수많은 사연들을 내 온몸에 묻어 놓고, 무작정 사랑을 해버린 나는 정말 바보야라고 받아 부를 때, 두 사람 목소리의 세대 차이가 오히려 곡에 층을 하나 더 쌓는 느낌이 납니다.
이 무대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둘이 각자 잘하는 방식으로 노래하면서도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거리감이에요. 이호섭님 파트는 약간 뒤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축에 가깝고, 배아현님 파트는 그 위에 감정을 한 겹 더 올리는 역할에 가까운데, 카메라가 번갈아 잡아 줄 때마다 시선도 자연스럽게 따라가더라고요. 눈물 속에 피는 꽃이 여자란 그 말 때문에 내 모든 것 외면한 채 당신을 사랑했어요라는 대목은 배아현님 쪽 감정선이 더 크게 느껴지는 구간인데, 그 바로 앞뒤를 이호섭님이 넓게 받아 내면서 곡 전체 균형을 다시 맞춰줍니다.
후반부 수많은 사연들을 내 온몸에 묻어 놓고, 무작정 가슴을 열어 보니 나는 정말 바보야라는 반복 구간에서는 두 사람이 거의 나란히 서서 같은 선율을 잡아요. 그런데도 음색이 확연히 다르다 보니, 같은 멜로디를 두 개의 색으로 동시에 듣는 느낌이 생깁니다. 자막 없는 클린버전이라 가사 한 줄 한 줄이 더 또렷하게 들리고, 그 덕분에 원점이라는 제목이 끝으로 갈수록 점점 더 무게감 있게 느껴졌어요.
마지막 나는 정말 바보야를 반복하며 끝을 맺을 때, 둘 중 누구의 목소리가 더 세게 들리는지 따지기보다는, 같이 한숨을 내쉰 사람 둘의 잔향이 남는 쪽에 가까운 무대였습니다. 화려한 퍼포먼스나 큰 리액션 없이도, 두 사람의 울림이 조용하게 가슴에 꽂히는 덕분에, 이 회차 속 듀엣 무대들 가운데선 가장 담담한데 오래 기억에 남는 무대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