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희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고 예전에 매우 불우했지요. 그래서 기회주의자가 된것 같았구요
여, 29세, 한민증권 비서실, 사장 전담 비서
301호 왕언니, 미국 이민을 꿈꾸는 청초한 미녀 비서
무채색 여의도를 화려한 땡땡이 원피스를 입고 런웨이하는 여자.
권위에 약한 속물근성으로 모시는 상사의 권력이 곧 나의 권력인 기회주의자. 늘씬한 만큼 뻔뻔하다. 자존심 따위는 개나 줬다. 그게 바로 복희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필승법이다.
어린 시절, 달동네 단칸방에 네 식구가 살았었다. 아빠는 도박에 미친 술꾼이었지만, 도박에도, 술에도 소질이 없었다. 엄마는 어느 날 오후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남은 혈육이라고는 오빠 고복철 뿐이었는데, 주식에 미쳐 보증금까지 탕진하고 복희를 샌드백 취급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개새끼다. 복희는 고3 때 취업계로 꿈의 직장 한민증권에 입사했지만, 오빠의 패악질을 견디다 못해 결국 지방으로 잠적해 버렸다. 이후 복희의 이력서는 경력이 1년 단위다. 읍·면 단위의 새나라금고, 지역농가협동조합, 수산금고 등을 환승 이직하며 살았다.
복희의 꿈은 미국 LA에서 ‘캘리포니아 걸’로 사는 것이다. 매일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당장 눈앞의 엄청 큰 파도부터 넘어야 한다. 복희가 서퍼걸이 되려면 최소 100만 불이 필요하다. 미국 이민 투자금 100만 불!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지만, 전국팔도 신용 금고를 다 돌아도, 환갑이 되어도, 100만 불은 너무 큰 돈이다. 게다가 강명휘 사장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해고 통지를 받게 되는데...!
복희는 이렇게 쫓겨날 수 없다. 그때 기숙사 막내 홍장미가 내가 당한 해고 통보에 나보다 더 열을 내며 필사적으로 막아선다. 이런 각박한 세상에 이런 선의를... 믿어도 되는 거야? 홍장미, 너 수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