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스포포함 8회차까지 달리고 8회차 감상문 입니다

 

스포포함 8회차까지 달리고 8회차 감상문 입니다

 

"폭싹 속았수다" 8회까지 다 보고 왔어요. 2막을 마무리하는 이번 회, 제목이 "꽈랑꽈랑 여름의 끝"인데 딱 그 분위기대로 여름도 끝나고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의 이야기도 큰 전환점을 맞았네요. 개인적으로 이번 에피소드는 감정이 꽉 차서 정리할 게 많아서 좀 길게 써봅니다.

 

우선 이번 회 중심은 애순이의 선택이에요. 문학에 대한 꿈, 제주를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열망이 앞에서부터 쌓이다가 8회에서 제대로 터져나온거 같아요. 애순이가 배표를 손에 쥐고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모습 나오는데, 아이유가 그 장면에서 표정으로 다 보여줍니다. 눈물 짓고 있으면서도 억지로 미소 짓는 그 복잡한 감정, 진짜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결국 애순이는 제주를 떠나기로 마음을 굳히고, 그 과정에서 관식이랑 감정적으로 크게 부딪힙니다.

 

관식은 또 그 나름의 절절함이 있죠. 애순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에 "니가 어디에 있든 내가 기다릴게"라면서 돌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로 건네는데요. 박보검의 낮은 톤 목소리랑 눈빛에서 애순을 보내주려는 체념과 붙잡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느껴져서 가슴 아팠어요. 근데 관식 특유의 우직함 때문에 끝까지 말로 안 잡고 조용히 보내주는 모습이 너무 강렬하게 남네요.

 

해변에서 둘이 대화 나누는 장면도 이번 회 핵심이에요. 애순이가 "나가 세상 밖으로 나가야 살아질 것 같아"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관식이 "니만 행복하다면 나가 괜찮아"라고 답하는데, 여기서 제주 방언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거 같아요. 따뜻한 톤이지만 두 사람의 길이 갈리는 현실이 드러나서 묘하게 씁쓸하더라고요. 애순이는 꿈을 좇는 길을 택하고, 관식은 제주에 남아서 가족을 지키는 삶을 선택한 거잖아요. 사랑만으론 안 되는 부분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이니까 좀 먹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 인상 깊었던 건 애순의 꿈속 장면이에요. 염혜란 배우님이 애순 엄마로 깜짝 등장해서 "니 인생은 니가 골라 살아야제"라고 조언해주는데, 이게 애순이 결심을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거 같아요. 1회에서 강렬하게 나왔던 엄마 캐릭터가 이렇게 연결될 줄은 몰랐는데, 드라마 흐름이 탄탄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마지막 항구 장면이 절정이었어요. 애순이가 배를 타고 떠나면서 관식을 돌아보는데, 눈물만 흘리고 끝내 말은 못 합니다. 관식은 멀어지는 배를 그저 묵묵히 바라보며 서 있고, 그 모습에 여름이 끝나는 풍경이랑 첫사랑의 한 페이지가 닫히는 분위기가 겹쳐지더라고요. OST가 잔잔하게 깔리면서 감정이 배가 돼서 영화 같은 여운이 남았어요. 관식이 말없이 서 있는 뒷모습에서 그의 감정이 다 전해져서 연기력이 정말 돋보인거 같아요.

 

제주도 여름 배경도 이번 회에서 진짜 잘 살린거 같아요. 해변, 유채꽃밭, 푸른 바다가 화면에 담기면서 초반엔 힐링되는 기분이었다가, 마지막 이별로 넘어가니까 더 애잔하게 느껴졌어요. 1950년대 제주도의 가난하고 전쟁 여파가 남아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은연중에 녹아 있어서,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깊이가 있더라고요. 두 사람의 선택이 시대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는 게 드라마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결국 8회로 여름 챕터가 마무리됐어요. 애순이는 꿈을 위해 육지로 떠나고, 관식은 제주에 남아서 기다리는 걸로 끝났죠. 이게 일단 이별이긴 한데, 다음 3막(9-12회)이 3월 21일에 공개되니까 가을에 두 사람이 어떻게 다시 얽히게 될지 기대돼요.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이렇게 잘 담길 줄 몰랐는데, 이번 회로 드라마가 한층 더 깊어진 느낌입니다. 저는 계속 이 장면 저 장면 떠올라서 당분간 폭싹에 빠져 있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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